
회사를 세운 지 1년 만에 맞닥뜨린 첫 품질 사고였다. 김성구 바이오포트코리아 대표는 당황했지만 유통사와 바이어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고민 끝에 전량 반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처가에서 돈을 빌려 납품 물량을 모두 회수해 폐기했다. 납품도 끊겼다. 사업을 접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1년 뒤 바이어가 다시 연락해왔다. 청국장에 초콜릿을 입힌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었다. 바이어는 훗날 “문제가 생겼을 때 도망가지 않았던 사람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22년간 바이오포트코리아를 키워온 과정에는 성공담만큼 실패의 경험이 많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고 수습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다음 제품과 시장에 반영했다. 김 대표가 지난 12일 부산 기장군 본사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가장 자주 꺼낸 단어도 ‘신뢰’와 ‘현지화’였다.
김 대표가 식품업계에 들어온 것은 계획된 선택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서면서 집안 형편이 기울었다. 건축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권유로 당시 부산수산대(현 부경대학교) 식품공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롯데삼강에서 영업을 맡아 식음료 시장을 경험했다. 이후 우리사주를 팔아 마련한 2000만원으로 2004년 바이오포트코리아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건강기능식품 소재를 개발하려 했다. 하지만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판로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외부 된장 공장에 청국장 생산을 맡겨 판매했다. 콩 과자와 유기농 건빵 등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잇달아 시장에 내놨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거창한 전략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살아남기 위해 제품을 찾고 만들다 보니 지금의 사업 방식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일주일 만에 실패한 오징어
해외시장 진출도 실패에서 시작했다.
국내에서 잘 팔리던 찢은 오징어 제품을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 매장에 공급했다. 초도 물량만 3개 컨테이너였다. 당시 국내 거래 매장은 4곳이었지만 미국의 시험 판매 대상은 80여 곳이었다. 김 대표는 세계시장 진출의 문이 열렸다고 생각했다.
결과는 일주일 만의 판매 실패였다. 시식 행사에 나선 소비자들은 오징어 냄새를 맡고 발길을 돌렸다. 맛을 본 소비자에게서는 “고무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그대로 가져간다고 해외에서도 통하는 게 아니었다”며 “현지 소비자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먹는지부터 다시 봐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꿀유자생강차는 그 실패에서 얻은 현지화 원칙을 적용한 제품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기존 유자차가 지나치게 달다고 평가했다. 생강차는 향과 맛이 너무 강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현지 바이어의 제안으로 두 제품을 섞었다. 바이오포트코리아는 시장조사와 시식 결과를 토대로 유자와 생강의 배합비를 조정했다.
차를 마시는 데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를 위해 빵에 바르거나 샐러드드레싱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알렸다. 꿀유자생강차는 회사 추산 미국에서 연간 약 150억원, 필리핀에서 약 50억원의 매출을 내는 제품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바이오포트코리아는 2016년 100만불을 시작으로 2018년 500만불, 2021년 1000만불, 2024년 2000만불 수출의 탑을 차례로 받았다. 무역진흥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국무총리·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김 대표는 “K-푸드라는 이유로 한 번은 먹게 할 수 있다”며 “다시 구매하게 만들려면 현지 입맛과 생활 방식에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화는 회사의 제품 개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해외 유통사가 원하는 맛과 가격, 용량을 제시하면 상품기획과 연구개발, 품질관리, 생산조직이 함께 제품을 만든다. 임직원 약 120명 가운데 연구개발과 품질관리 인력은 20명가량이다.
회사가 제안하는 신제품 10개 가운데 별도의 판촉비를 계속 투입하지 않아도 반복 주문으로 이어지는 제품은 평균 1개 정도다. 김 대표는 이를 성공률 약 10%로 봤다. 실패를 감수하면서 시장에서 통할 한 제품을 찾아내는 과정이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의 좋은 제품에 현지 소비자가 원하는 한 끗을 더해 세계시장에 연결하는 회사가 바이오포트코리아”라며 “특정 제품 하나보다 다양한 상품을 발굴하고 빠르게 사업화할 수 있는 능력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상장 첫해 전망 미달…“시장을 낙관했다”
지난해 5월 코스닥 상장은 김 대표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오랫동안 회사를 지켜온 직원들과의 약속을 지킨 일이었다.
바이오포트코리아에는 창업 초기부터 20년 넘게 근무한 직원이 있다. 15년 이상 함께한 직원도 적지 않다. 김 대표는 오래전 직원들에게 “언젠가 명함을 내밀면 사람들이 알아보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표는 “상장했을 때 가장 기뻤던 것은 오랫동안 함께 버틴 직원들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점”이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상장 이후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상장 과정에서 제시한 2025년 매출 전망은 950억~952억원이었다. 실제 연결 매출은 708억8000만원, 영업이익은 8억3000만원에 머물렀다.
외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가 글로벌 유통사의 행동규범(Code of Conduct·CoC) 감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일부 미국 수출이 중단됐다. 미국 관세가 여러 차례 바뀌며 가격 협상과 신제품 발주도 지연됐다.
김 대표는 외부 환경만을 원인으로 들지 않았다.
그는 “관세와 외부 생산업체 감사 문제가 없었더라도 950억원까지 달성하기는 어려웠다”며 “두 문제가 없었다면 850억원 이상은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규 제품과 해외시장 확대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회사는 외주 생산처를 변경하고 있다. 자체 공장 한 곳은 CoC 감사를 통과했고 다른 공장도 추가 감사를 준비하고 있다. 특정 협력업체의 문제로 수출이 중단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유통망도 넓히고 있다. 미국 그로서리 아웃렛(Grocery Outlet)은 파우치 음료에서 스낵으로 공급 품목을 확대했다. 필리핀 에스앤알 쇼핑(S&R Shopping)에는 식품에 이어 화장품을 공급해 재주문받았다.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 등 신규 채널과도 공급을 협의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연결 매출 432억원과 영업이익 2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의 세 배에 가까운 이익을 반년 만에 냈다. 영업이익률도 5.3%로 회복했다.
김 대표는 “결국 회사의 기본 체력이 강해야 한다”며 “신규 거래처와 제품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정상화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는 상장사의 책임을 새롭게 배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제품을 만들고 파는 일만 해왔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무지했다”며 “주가가 내려간 뒤에야 회사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도 함께 손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고 털어놨다.
회사는 직원을 광주로 보내 개인 주주를 직접 만나게 했다. 회사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주가 하락 과정에서 무엇에 실망했는지를 들었다.
김 대표는 “불만을 달래려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놓쳤는지 확인하기 위한 자리였다”며 “상장사는 좋은 제품만 만들면 되는 회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상장사로서 시장과 소통하는 체계도 다시 짜고 있다. 바이오포트코리아는 상장 후 1년 동안 투자자관계(IR)와 언론 대응을 전담하는 인력이 없어 사업과 실적 변화를 주주에게 제때,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무 전반을 총괄하는 이권희 경영관리본부장(상무)을 시장 소통의 전면에 세웠다. 삼성 계열사와 바이오기업 등에서 재직하며 재무 업무를 경험한 이 본부장은 2024년 8월 합류해 스팩 합병과 코스닥 상장 과정을 함께했다. 현재 공시와 기업설명회(IR), 언론 대응 체계를 정비하고 정례적인 투자자 소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장 첫해의 시행착오를 조직과 시스템의 변화로 옮기려는 조치다.
회사는 1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을 마쳤다. 취득분은 소각할 방침이다. 임원들도 장내에서 회사 주식을 매수했다. 배당과 정례적인 자기주식 취득·소각은 중장기 주주환원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김 대표는 주주환원보다 실적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기주식을 사고 배당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결국 펀더멘털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좋은 제품을 만들고 판매를 늘려 성과를 내야 회사와 주주의 가치가 함께 올라간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바이오포트코리아를 직접 생산에 외부 주문생산과 상품 소싱을 결합한 K-소비재 수출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밸런스그로우(Balance Grow)’와 ‘마마스초이스(Mama’s Choice)’ 등 자체 브랜드를 확대한다. 인지도 있는 브랜드나 온라인 판매 역량, 새로운 해외 유통망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
그가 인터뷰 마지막에 다시 꺼낸 말은 ‘신뢰’였다.
김 대표는 “주주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회사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좋은 성과를 내고 그 결과를 주주들과 함께 나누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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